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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효의 세대, 그리고 새로운 거리의 시대

은퇴관련

by OCG 2026. 2.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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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처세대 =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 베이비붐 세대 (1955~1963년생)와 곧 은퇴를 앞둔 1960년대생을 포함한다.


한국의 가족 문화를 바라보며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걸렸던 질문이 하나 있었어요.  
“대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가 의무일까?”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를 보면, 이 질문이 현실 그 자체입니다.  
이 세대는 ‘마처세대’, 즉 부모를 마지막으로 봉양하는 세대이자 자녀에게 그 역할을 넘기지 않는 첫 세대로 불립니다.  
듣기엔 멋지죠. 하지만 그 안에는 커다란 혼란이 숨어 있습니다.  

이들은 부모 세대에게서 배운 효의 문화를 여전히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너무 빨리 변했어요.  
자녀들은 개인의 자율과 독립을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하죠.  
그래서 부모는 여전히 ‘도와주고 지켜봐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간섭하지 말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사이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겁니다.  

가장 ‘진보적인’ 부모일수록 자녀와 일정한 거리를 둡니다.  
사랑하지만 통제하지 않고, 도와주되 대신 결정하지 않아요.  
반면 옛 방식대로 간섭하거나 지배하려는 태도는 이제 갈등을 낳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성격 차이가 아니라, 시대의 균열이에요.  

한 세대 전만 해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부모는 베풀고, 자녀는 효로 보답했죠.  
자녀는 부모의 삶의 연장이자, 어떤 면에선 노후보험처럼 여겨졌습니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해줬으니, 나중엔 네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  
이게 아주 오래된 공식이었습니다.  

유교적 세계관 속에서 이것은 단순한 도덕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 시스템이었어요.  
가정을 지탱하는 건 효, 국가를 지탱하는 건 충.  
효가 쌓여 충으로 간다—이건 동양 사회의 정신적 문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마처세대는 이 문법을 끊어내야 했습니다.  
‘내 자식에게 효를 요구하지 않겠다.’  
이건 단순히 관대함이 아니라, 오랜 도덕 질서를 마감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세대는 혼란스러운 동시에 위대합니다.  
전통의 마지막 문을 닫고, 새로운 거리를 배우고 있으니까요.  

이제 중요한 건, 사랑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자녀에게 의무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건 어쩌면 익숙한 효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지 모릅니다.  

사랑을 주되, 엮지 않는 것.  
이제 그게 새로운 세대의 예의이자, 다음 사회의 윤리 아닐까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은 부모에게 어떤 ‘거리’를 두고 있나요?”


글ㆍOlive Christian Grant

사회 변화와 세대 의식의 전환을 연구하는 작가이자 강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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